예전엔 우리가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달리기를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뭐,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의 출발선은 다르다. 어떤 이는 뒤에서, 어떤 이는 낮은 곳에서, 또 다른 어떤 이는 저 멀리 앞에서, 어떤 이는 높은 곳에서 출발한다. 모두가 다른 조건에서 출발했지만, 우리는 이를 악물고 각자의 트랙을 달리고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이 처한 현실의 조건을 비판하지 말고, 현실을 대하는 그의 편협하고 태만한 태도를 비판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번 인생은 모두에게 처음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우리는 난생처음의 아침과 만난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번 생에 서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인 부분이 많다. 기억하자. 우린 모두 이번 생을 처음 살고 있다는 것을.
세상일이라는 게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다. 앞뒤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의외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진다. 더 알려고 할수록 알쏭달쏭 모호해지는 것이 세상일이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때론 맞는 것 같은데 아니고, 아닌 것 같은데 맞는 것, 그게 세상일이다.
하나의 일이 생기기까지는 수십, 수백 개의 일이 일어나야 한다.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건 바로 이 말이다. 나에겐 당신에게 단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사연과 상황이 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당신도 마찬가지라는 걸 이젠 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불쌍히 여겨 줄 곳이 단 한 군데라도 있어야 한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한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죄와 벌』이라는 기나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신중할 것.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존중하도록 노력할 것. 때론 모른 척할 것. ✉️
최갑수는 시인이며 여행 작가다. 출판사 '얼론북'을 운영하며 책을 펴내고 있다.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어제보다 나은 사람』 등을 썼다. 그의 인스타그램@ssuchoi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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