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을에 나올 새 책을 엮고 있습니다. 그동안 또 많은 글을 썼더군요. 이리저리 장을 나누고 편집하면서 모아 놓은 글 중에서 반은 버렸습니다. 아깝지만 어쩌겠습니까.
글을 버리며 얻은 생각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제게는 작업의 ‘질’보다 '양'이 중요해졌습니다. 잘 쓴 글, 못 쓴 글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내게는 오늘 써야 할 글이 있어. 이렇게 생각하면 글쓰기가 쉬워지더군요. 그렇습니다. 제게 중요한 건, '오늘 좋은 글 한 편을 쓰자'가 아니라, '오늘 10매의 글을 쓰자'입니다. 피카소가 평생 창작한 작품은 15만 개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이 중에서 알려진 작품은 1만 개 남짓이고요. 타율이 1할이 안 되는 것이죠. 불안, 무력감, 조바심은 ‘양’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