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소용있는 사람이 됐습니다
최갑수
저는 단점 혹은 약점이 많은 인간입니다. 가장 큰 단점은 우유부단한 성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거든요. 조금 충동적이기도 합니다. 이게 과연 필요할까, 생각하지도 않고 덜컥 사버릴 때가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후회하죠. 거절을 잘하지도 못합니다. 혼자 끙끙 앓으며 후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튼 저는 단점이 많은 인간입니다.
그렇지만 꽤 쓸만한 점도 있답니다. 저 스스로 말하기에는 좀 쑥스럽지만 한 가지만 말하자면…… (쑥스럽네요.) 뭐, 아무튼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차마 말을 못하겠네요).
당신 역시 단점이 많을 겁니다. 저와 마찬가지일 거예요. 결단력이 있지만 때때로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기도 할 겁니다. 집중력이 뛰어나지만 인내력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당신은 장점이 더 많은 사람이라는 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섬세하면서도 인내심이 강하죠. 상대방의 잘못을 모른 척 넘어가 주는 너그러움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예전엔 단점을 받아들이기 참 힘들었습니다. 어떻게든 고치려고 노력했죠. 그리고 감추기에 급급했습니다. 지금은 그러질 않습니다. 살아오면서 완벽하고 완전한 것은 없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단점과 약점, 결점은 고치고 감추는 게 아니라 장점과 매력으로 덮는 것이더군요. 그래서 단점은 ‘들추는 것’이라고 하나 봅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닙니다. 단점을 보이고 폐를 끼치고, 도움을 받고 나중에 그 신세를 갚기 위해 노력하고, 누군가의 실수를 모른 척 넘어가며, 때론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삶의 기본 원리죠. 우리는 무결한 존재가 아닙니다. 내가 가진 단점과 약점 역시 저의 일부분이며, 그것까지 자신의 삶 속으로 끌어들여 끌어안을 때야 비로소 온전한 삶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살다 보면, 순순한 인정과 홀가분한 체념이 필요하더군요.
단점을 고치는 것도 좋지만, 장점을 더 살리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단점은 없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장점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는 더 매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단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게 하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당신이 완벽했다면 저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을 차갑고 냉정한 사람으로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당신의 단점이 좋아요. 그 단점과 약점 때문에 제가 당신 옆에 있어야 하는 필요를 느끼니까요. 당신의 단점과 약점이 저를 당신에게 소용있는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신의 단점과 제 약점 사이에는 ‘위로’라는 단어 있습니다. 그 단어는 우리가 서로를 감싸고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