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론 앤 어라운드] 에세이 <일을 한다는 것>을 보내드립니다. 작가로, 인디펜던트 워커로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씁니다. 제가 읽고, 뽑은 콘텐츠도 보내드립니다. 제 주관과 편견이 '다분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원문을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 Aa Essay 일을 한다는 것 008 커다란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긴 활주로가 필요합니다 일이 잘 되는 데는 이유가 적지만 일이 안되는 데는 이유가 백 가지도 넘는 법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온갖 이상한 이유로 하던 일이 엎어지는 경우를 겪습니다.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하며, 수많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진행되던 일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스톱되죠. 실무자와 협의를 다 거쳤지만 ‘윗분’ 결제 단계에서 일이 틀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했던 사람이 ‘배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함께 고민했던 몇 달 동안의 노력은 그렇다 치고서라도 이 일에 올인하느라 포기했던 다른 프로젝트는 어떡해야 할까. 정말 별일이 다 일어나죠.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살면서, 그리고 일을 하면서 우리가 경험하는 실패를 모은다면 몇 트럭은 될 겁니다. 제가 경험한 실패의 역사에 대해 쓰라고 하면 호텔에 처박혀 한 달 정도는 밤샘을 해야 겨우 다 쓸 수 있을 것 같네요.(음, 문득 실패의 역사에 대해 써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작가에게 가장 큰 실패는 뭘까요. 책이 팔리지 않는 것이죠. 그런데 불행하게도 책의 대부분은 늘 기대만큼 팔리지 않습니다. 출판산업은 언제나 불황이고, 책을 읽는 독자는 매년 줄어들고 있죠. 이삼 년 정도 원하는 작품을 쓰지 못하거나, 히트작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작가들은 ‘이대로 잊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절치부심하고 다시 책을 써보지만 또다시 처참한 실패. 다른 일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지만, 어쩔 수 없죠. 할 수 있는 일이 글 쓰는 것뿐입니다. 작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잊혀지는 겁니다. 독자들이 내 글을 읽지 않는다는 것, 찾지 않는다는 것, 그것만큼 무서운 건 없습니다. 잊혀지는 걸 두려워하는 하는 건, 영화배우나 작가나 똑같습니다. 작가는 다만 안 그런 척할 뿐이죠. 잊혀진다는 게 왜 무서울까요. 그건 자신의 생업이 무너지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그걸 지키고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써대는 것입니다. 작가는 ‘쓰지 않으면 입금이 되지 않는 사람’입니다. 입금이 되지 않으면 작업을 할 수가 없죠. 생활도 안되는데 작업을 할 여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작업을 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국 잊히는 겁니다. 자본주의적으로 말하자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거죠. 그래서 무엇이든 써내야 하는 겁니다. 이렇듯 모든 것은 맞물려 있습니다. 소설가 김훈이 “내가 노동을 해서 밥이 들어간다는 숭고한 일”이라고 했는데, 그건 돈을 버는 것이 모든 일의 원천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작가는 글 쓰는 일을 생업으로 삼은 사람이고, 그 일을 목숨으로 여기는 사람입니다. 마냥 즐겁게 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작가란 무엇일까요. 이렇게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답합니다만, 저는 작가가 ‘글을 써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쓴 글에 대해 국세청에서 원천징수로 3.3%의 세금을 떼 가는 사람이 작가라는 것이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작가가 아닙니다. 혼자 일기장에 글을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부르지는 않죠. 글을 시장에 내보이고 팔아서 독자들에게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작가입니다. 여기에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생기고, 다시 여기에서 의욕과 아이디어가 생기고, 다시 여기에서 작품이 탄생하고, 수많은 작품 중에 명작이 하나 나오는 겁니다. 작가를 인정해 주는 건 문학상이 아니라 국세청입니다. 몇 해 전 준비하고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시작이 좋았습니다. 일 년 정도 진행했는데 모델도 괜찮았고 수익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잘 굴러가는 것 같았죠. 그런데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연기, 무기한 보류, 취소. 진행하던 모든 프로젝트가 올스톱 됐습니다. 몇달 간 공황상태가 이어졌습니다. '어떡해야 하지? 여기에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나를 믿고 따라주었던 팀원들을 볼 낯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떡합니까. 우리는 삶을 이어가야 합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실패와 비관이라는 모래폭풍을 견디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 가야죠. 계속 나아가다 보면 말끔하게 걷힌 푸른 하늘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서 말이죠. 재즈 피아니스트 듀크 엘링턴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생에는 단 두 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첫째, 포기하지 말 것 둘째, 첫 번째 규칙을 잊지 말 것.” 누구나 실패하고 포기할 이유를 찾습니다. 사람들이 포기하는 이유는 단지 그것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실패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좌절감을 느끼고 포기의 유혹에 시달리죠.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여전히 실패가 두렵습니다. 이십 년 넘게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책을 펴냈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겨우 한 두 줄의 문장이더군요. 그동안 뭘 하며 살아온 것일까요. 그렇다고 논 것도 아닙니다. 열심히 글을 쓰고 일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인정받지 못한 날들이 대부분일 뿐이죠. 저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은 겨우 ‘모나리자’ 한 점입니다. 지금 떠오르는 고흐의 작품은 ‘해바라기’ ‘감자를 먹는 사람들’ ‘자화상’이고, 클림트의 작품은 ‘키스’ 정도네요. 그러고보니, 그들 역시 평생에 걸쳐 실패하고 성공한 거 겨우 서너 개가 있는 셈이군요.(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 언젠가는 티핑 포인트가 옵니다. 티핑 포인트는 꾸준히 실패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인생이 보내주는 선물입니다. 오늘도 글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글을 씁니다. 글을 계속 쓸 이유를 만들기 위해 매일매일 ‘얼론 앤 어라운드’라는 뉴스레터를 보내는 것이고요. 쉬지 않고 매일매일 정해진 분량을 글을 쓴다는 것이 극도의 공포지만, 뭔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공포를 극복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동이 터 오는 희미한 새벽 앞에서 또 하나의 실패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멈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생이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끝까지 가봐야 하는 이유이니까요. 지난 실패로부터 피보팅(Pivoting)을 해가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얼론 앤 어라운드’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지금까지의 실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나비는 날기 위해 몸을 데워야 합니다. 추락할 것이 무서워 날기를 포기한다면 영원히 날 수 없습니다. 한 번 날아본 기억이 다시 날아보게 하죠. 커다란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선 긴 활주로가 필요한 법입니다. 이제 날아본 기억을 만들 때입니다. ✓ Clip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역전의 기회는 늘 있다
- 테라오 겐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중에서 ✓ Clip 메타버스, 애플이 페이스북보다 유리한 이유
✓ Spot 완벽한 베이글을 맛볼 수 있는 곳, 런던 베이글 뮤지엄
💬 내일은 🍜<두 시의 미식가> 로 찾아갑니다. 💬 목요일입니다. 오늘만 보내면 내일은 주말 분위기 😀 |
우리 삶을 위로하는 다정한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