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핑이 좋아서 25 | 박찬은
관매도 톳칼국수에서 진심을 느끼다
“12시 배 놓쳤는데 오늘 관매도 갈 수 있는 방법 없지? 다른 섬에서 들어가는 방법은?” 수백 번 섬을 여행한 섬 전문가라 해도 이미 떠난 배를 잡아줄 순 없었다. 섬 캠핑 구루 김민수 여행작가에게 외연도, 굴업도와 함께 ‘3대 블랙홀 섬’으로 관매도를 추천받았으나 육신의 지배를 착실히 받은 손가락은 4시 알람을 꺼버렸다. 지금은 6시 반. 그리고 진도항까지는 5시간 거리로 400킬로미터를 운전해야 했다. 결국 진도항 대합실과는 다음 날 아침 조우할 수밖에 없었다.
발권을 마친 후 배낭을 메고 일어서는데 진도항 매표소 창구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엇! 저희 한 명 빼고 모두 신분증 없는데요?” “그럼 얼른 저기 기계로 등본 떼세요!"(매표원) 10분 뒤 배는 떠나는데, 어머니 포함 가족 셋을 데리고 왔다는 회색 원피스의 그녀는 파랗게 질려 있었다. 간만에 떠나온 여행일 텐데 10분 안에 3명의 서류를 다 뗄 수 있을까. 내가 어제 배를 놓쳐서일까, 그녀가 아침부터 서둘렀을 가족여행을 망칠까 봐 보는 내가 다 불안해졌다.
헉, 출발 5분 전! 남 걱정할 때가 아니군. 배낭을 멘 채 엔진을 돌리고 있는 배를 향해 줄달음쳤다. 크레모아 선풍기와 스노우픽 컵이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철컥거린다. 집채만 한 배낭을 둘러멘 채 헐레벌떡 배에 뛰어오른 나에게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쏟아진다. 하아, 크롭티를 괜히 입었나. 대합실에 배낭을 내려놓고 캔맥을 든 채 사람이 적은 3층으로 향한다. 그러나 또다시 시선이 쏟아진다. ‘아맥(아침맥주)’이 그렇게 이상해? 맥주 캔을 짐짓 가방 뒤에 감추던 그때, 바람에 머리 주변에서 뭔가 팔락거리는 게 느껴진다. 알고 보니 급하게 마트에서 산 뒤 태그도 떼지 않은 채 모자를 쓰고 있었던 것. 역시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남 일에 관심이 없다.
배는 조도와 관사도, 소마도와 모도, 대마도(大馬島) 5개의 섬을 거쳐서야 관매도에 닿았다. ‘국립공원 1호 명품마을’이라는 소개가 눈에 띈다. 무려 ‘국립’과 ‘명품’이라는 명사가 함께 붙어 있다. 국토해양부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지정한 관매도는 야영장 솔숲마저도 산림청 ‘아름다운 숲 대상’ 출신이다. 일말의 불안도 없이 잘 자란 엄친아, 1등을 놓치지 않는 섬만의 여유롭고 고급 진 바이브. 선착장에서 500미터 정도 걸으면 야영장에 도착하는 데다, 야영장 운영 시즌이 아닌데도, 깔끔하게 정비된 화장실과 개수대를 오픈해 객들을 배려하고 있다. 하루 먼저 관매도에 입도한 A를 만나 얼음과 캔맥주 등 보급품을 전달하고, 관매도 특산물 쑥막걸리를 사러 ‘선미네집’으로 향했다.